2019/11/03 - [분류 전체보기] - 개인적인 평가 기준
· 30분×20회 분량
· 일본드라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본다면 ★7
일본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본다면 ★8
그냥 왜놈이고 동조선 왜구새끼들이면 ☆
본인의 시점이 어딘지 참고해서 판단하시기 바란다. 쓰다 보니 꽤 장문이 되었는데 3일 정도 걸려서 쓴 글이다. 잘 읽힐지 모르겠다. 감상을 제외한 역사 정보는 일본위키와 일본웹사이트를 참조했다.
· 元禄赤穂事件 겐로쿠 아코사건을 바탕으로 한 일본역사극. 일본사에서 아코사건이 이것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한 연호인 겐로쿠(1701년)를 붙여서 구별하는데 일반적으로 아코사건이라고 하면 이것인 경우가 많다. ‘忠臣蔵 츄신구라’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인형극, 가부키(일본연극)의 타이틀 중 하나.
※ 赤穂 아코. 지금의 효고현에 있는 시(市), 효고현은 오사카 바로 서쪽에 붙어 있는 지역. 당시 아코지역을 다스리던 영주가 사고를 친 거라서 사건 이름에 아코가 붙었다.
(1) [초급] 아코사건, 47명, 츄신구라 중에 아는 키워드가 하나도 없다(네타스포 없음)
· 한국에서 일본역사는 매니악한 수준이고 그 중에서도 츄신구라 특히 그 베이스가 되는 겐로쿠 아코사건을 아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사건이라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매체로 되새김질 되었다. 일본개항 이전에는 이 사건을 여러 방향으로 해석을 해왔고 러일전쟁 때는 일왕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사건을 선전목적으로 이용, 제2차 세계대전 때도 역시 같은 목적으로 이용해 먹었다. 왜놈들이 패전한 후에도 아코사건은 애니메이션, 소설, 각종 사극물에서도 단골소재로 아직까지 제작되고 있는데 옛날과 달리 천황폐하만세용으로 쓰진 않는다. 오히려 이걸 보고 일왕과 엮으려는 게 정신병이다.
· 아코사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고 그 뒷이야기도 어느 정도 있어서 일본사에 흥미를 가지기에는 나쁘지 않은 작품. 분위기나 성향도 내가 지금까지 접해본 일본의 정통역사극(=時代劇 시대극)과 큰 차이가 없다. 일본의 사극은 대충 이런 형태구나 하고 이해하기에 딱 적당하다...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나도 일본사극을 많이 본 편이 아니라 장담은 못 하겠네. NHK대하드라마 계열은 義経(요시츠네), 功名が辻(공명의 갈림길), 風林火山(풍림화산), 篤姫(아츠히메), 天地人(천지인), 龍馬伝(료마전)정도 봤고 최근 작품은 보질 못했다. 그 외에 타 방송사의 大奥(오오쿠), 신선조 관련 드라마 몇 편 본 정도.
· 위에서도 언급을 했다시피 1700년대의 일본이 배경이다. 중세유럽도 그렇지만 저 당시 일본 역시 지금 우리가 현상을 바라보는 철학과 사고패턴과는 많이 다르다. 이걸 전혀 현실성 없다고 역시 왜놈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왜놈들 사람 죽이는 거 너무 미화했네, 드라마가 똥이네,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진행이니 이런 식의 이해는 곤란하다. 그 당시 사회상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이해가 되는 작품이다.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다.
(2) [중급] 아코사건, 47명, 츄신구라에 대해 들어는 봤는데 정확한 내막은 모른다(네타스포 없음)
· 사건의 시작과 결말을 모른다면 오히려 더 잘 됐다. 나무위키 뒤지지 말고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보시면 된다. 다 보고 난 다음에 나무위키로 지식 채워넣으면 된다.
· 네타바레스포일러를 포함시키지 않고 이 작품을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므로 아래부터는 열람에 주의하시기 바란다.
(3) [고급] 않이 그래도 무슨 사건인지는 알고 보고 싶다(네타스포 있음)
아래(작품 해설 및 감상)에서 다시 적겠지만 아코사건(본 작품의 줄거리)을 현대풍으로 예를 들자면 청와대 안에서 시도지사급 공무원 둘이 서로 다투다가 한 명(이하 A씨)이 칼질을 해서 상대방(이하 B씨)을 다치게 한 일이 발생했고 A씨는 징역형, 다친 사람인 B씨는 당연히 아무런 처벌이 없었다. A씨의 부하직원 여러 명이 자기 상관만 처벌을 받고 B씨에게는 아무런 처벌이 없었다는 데에 불만을 품고 B씨를 찾아가 두들겨 패버리는 보복사건으로 발전한다.
이 정도만 알고 봐도 충분.
현시점에서 보면 A씨의 부하직원들이 완전 미친 놈들이다. 칼부림을 한 거도 A씨인데 그것도 모자라 그 부하직원들이 추가보복을 한 것이 때문이다. 지금 현실에 비춰보면 이건 뭐 논란거리도 안 돼. 칼질한 A는 물론이고 그 부하직원까지 싸그리 잡아 넣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저게 아니야. 왜냐하면 1700년대거든. 지금과는 사고방식과 사회환경이 다른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다.
(4) [고급] 더 자세히 설명해 다오(네타스포 있음)
위에 현대풍으로 해석한 걸 제대로 다시 바꾸면
아코(赤穂)의 번주(=당주)인 아사노 나가노리가 키라 요시히라(요시나카)를 에도성에서 칼부림하여 다치게 했다. 아사노 나가노리는 극대노한 쇼군의 명을 받아 사건 후 7시간만에 할복했고 키라 요시히라에게는 아무런 처분도 내려지지 않았다.
이 사건이 발생한 1701년에는 무사의 긍지, 주군에 대한 충성이 사상적 근간이었던 시절이다. 주군이 죽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지. 자신들의 주군이 아무 이유 없이 칼부림을 했을 리가 없다, B가 원인제공을 했을 거라 생각하고 47명이 떼로 몰려가 B의 목을 따서 죽이고 주군의 무덤앞에 수급을 바친 후 본인들은 막부(요새 말하는 정부)에 자수한다. 주군을 죽게 만든 B를 죽여 주군의 원한을 갚은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된 것이다. 당시는 물론이고 후세에도 ‘주군에 대한 충성’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많이 회자가 된다.
이 사건이 발생한 에도시대는 하극상과 피바람으로 얼룩진 전국시대가 끝나고 평화기에 들어선 시기였다. 당연히 칼부림은 하지 말라고 법으로 못을 박아놨고 복수나 원한을 갚기 위해 사람을 해치는 것 역시 금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 말라는 걸 다 해 버렸으니 일본을 다스리던 막부에 대한 반역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부의 최고권력자인 쇼군도 태생이 무사고, 막부 휘하에서 일본의 각지를 다스리던 영주들은 물론이고 그 신하들 역시 무사다. 주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복수를 한 가신들의 행위는 무사로서 타의 모범이 되는 것. 이를 막부가 실정법을 들이대며 이 사건을 잘못된 것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면 무신정권의 정신적인 사상에 큰 타격을 받게 되고 그렇다고 저들에게 죄를 묻지 않으면 법이 지켜지지 않아 나라가 혼란스럽게 된다. 막부에서는 무슨 선택을 해도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5) 작품 해설 및 감상(네타스포 포함)
· 아코사건을 베이스로 한 일본역사물은 2편 봤고(엔딩만 기억이 나고 제목이 기억이 안 난다) 47명이 죽는 것에서 모두 끝이 났는데 이 작품은 그 뒷이야기도 풀어놔서 흥미롭게 봤다. 오히려 뒷이야기의 임팩트가 더 컸던 거 같다. 일본드라마의 전형적인 오글거림도 없고 전체적으로 꽤 잘 만든 수작. 영상미가 살짝 부족한 게 흠이지만 멋진 대사가 참 많다.
· 작중에 喧嘩両成敗(켕카 료세바이)라는 말이 나온다. 싸움(喧嘩)이 발생하면 양쪽(両) 모두 처벌(成敗)하는 관습법인데 중세부터 시작해 이 사건이 발생한 에도시대까지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었다. 싸움이 났다고 해도 누가 잘못을 했는지 시시비비는 가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싸움이 일어났다면 한쪽만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둘 다 잘못이 있다는 주장에 묻혔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논리였다.
· 키라 요시히라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사노를 모시던 가신들이 분노하였다. 당시 최고권력자인 쇼군이 있는 곳에서, 거기다 교토에서 온 사신을 모셔야 하는 중요한 날에 자신들의 주군이 빡쳐서 칼을 휘두를 정도였다면 그 원인을 제공한 건 다름 아닌 키라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대체 무슨 이유로 아사노가 키라를 해치려 들었는지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질 않고 이후 소설이나 미디어에서는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으로 이 사건을 많이 다룬다.
· 결국 키라 살해에 가담한 아사노의 가신 47명은 쇼군의 명을 받아 할복한다. 원래 남의 집에 쳐들어가거나 성에 쳐들어가는 건 할복이 아니라 참수형이 마땅한데 무사로서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 할복하게 했다고 한다. 저 당시에는 할복이라고 해도 직접 본인의 배를 찢는 게 아니라 칼을 배에 가져다 대면 옆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이 카이샤쿠(목을 벰) 해주었기 때문에 참수와 별 차이가 없긴 하지만 할복장소는 할복을 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잡범들 참수시키는 처형장과는 엄연히 다르다.
· 초중반에는 소박한 무사들, 낭인들이 주체라 눈요기거리가 없는 편. 후반이 돼야 오오쿠(大奥)가 배경이 돼서 의상이 많이 화려해지는데 오오쿠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극에 비해서는 볼거리가 적은 편이다.
※ 오오쿠(大奥)는 오로지 쇼군 한 명만 모시기 위해 특화된 공간으로 정실부인, 측실이 여기에 있고 저들을 모시기 위한 시녀들이 수백에서 천명 단위까지 거주했으며 남자들은 함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어, 할렘 맞고 뇌내망상 판타지 아님. 실제 존재했음.
· 작품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사노 나가노리의 안사람인 아구리(阿久里)가 남편 아사노가 에도성에서 칼부림을 했다는 말을 가신에게서 전해 듣는 부분이다. 아구리는 남편의 안위를 걱정함과 동시에 상대방(키라 요시히라)의 생존여부를 가신에게 물었으나 가신이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호통을 친다.
남편이 다른 곳도 아니고 쇼군의 거처인 에도성에서 칼을 휘둘렀다는 건 본인의 목숨을 내던지고 멸문까지 각오를 했다는 것. 그렇다면 상대방은 반드시 죽었어야 했다. 그래야 무사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었을 테니까. 남편의 목숨만큼 소중한 것이 바로 키라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가신은 키라 요시히라의 생존여부를 몰랐으니 당연히 화가 나는 것.
남편이 안전한지를 묻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상대방의 생존까지 확인하는 건 정말 뼛속까지 무사의 여자라는 걸 알 수 있다. 난 처음에 키라의 생존여부를 묻길래 키라가 죽었으면 어쩌나하고 걱정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는 것. 지금에야 가당치도 않은 마인드고 그래서 예상도 못한 것이지만 저 당시에는 저렇게 생각하는 게 무사의 여인으로서 당연한 것. 진심으로 소름이 돋은 장면이다.
물론 저러한 생각은 현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큰일날 일이지. 그런데 저런 사고방식도 있다는 걸 알게 되니까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 왓챠 번역
왓챠에서 제작한 번역이 아니라 해당 작품의 한국에서의 퍼블리싱 권리를 가지고 있는 유통사에서 번역한 걸 왓챠에서 받아다 쓰는 형태인 것 같다.
번역은 상당히 훌륭하기 때문에 감히 나 같이 어설프게 일본어 알고 있는 하수(下手)가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급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케이블방송 채널 중 하나인 채널J(샹 우리집에는 안 나와 왜냐)를 통해 ‘아츠히메(篤姫)’를 접했을 때도 느꼈지만 일본 역사물 번역하시는 분들의 수준은 정말 대단하다. 번역자의 급을 나누는 건 외국어실력이 아니라 한국어실력이라는 건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옥의 티가 있었는데 아사노 나가노리의 아내인 아구리(阿久里)가 아사노 사망 후 불가에 귀의하면서 이름이 瑤泉院(요젠인)으로 바뀌었다. 자막에는 ‘요제인’, ‘요젠인’으로 표기가 되고 있는데 사실 둘 다 맞다. 하나로 통일이 안 되어 있을 뿐. 일본위키에 따르면 요젠인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한다.
내가 잘못 들었나, 귀찮아서 다시 듣지를 않아 확신은 못하겠는데 키라 저택으로 쳐들어갔을 때
나는 女子供にはかまうな(부녀자들은 상관하지 마라=무시해라)로 들리던데 번역은 ‘여자나 아이들도 봐주지 마라(女子供にはか?うな)’로 돼있다. 실제로 부녀자 사상자가 있었다고 한다.
· 나는 현대일본어가 사극에서 쓰이는 일본어였으면 좋겠다. 리듬과 어조가 아름답고 부드럽다. 평소에 일본어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사는데 사극에 나오는 말을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쉐도잉을 하게 된다. 참고로 사극에서 쓰는 말이라고 모두 다 고어(古語)는 아니다. 현대일본어의 경어에서 쓰이고 있는 어투와 겹치는 부분이 아주 많다. 어휘 역시 현대일본어에서 쓰이고 있는 말들이 많다. 다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한정적이고 고풍스러워 쓰기 껄끄럽다는 차이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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