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3 - [분류 전체보기] - 개인적인 평가 기준
· 전쟁 중 인간병기로 살아온 소녀가 종전 후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 작화는 트집을 잡을 수가 없다. 눈알이 얼굴의 절반인 게 유행이던 시절의 그런 유행을 타는 작화가 아니라 보편적인 작화이기 때문에 시대를 가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본 애니메이션을 모두 다 기록하고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게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당장 기억나는 것 중에서 작화로 트집을 잡기가 힘든 작품(TV 시리즈 한정 & 버블시대 작품제외)이 있다.
Fate/stay night [Unlimited Blade Works]
갑철성의 카바네리
귀멸의 칼날
바이올렛 에버가든
음, 다 최근이네.
· 재미있으니까 봤던 거 또 보는 거고 감동적이니까 봤던 거 또 보는 거다. 요즘 세상에 얼마나 볼 거 많냐. 옛날처럼 해적판 비디오테이프 돌려보거나 5000원에 1장, 3장에 만원하는 불법CD 사다가 보는 거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왓챠, 넷플릭스, 라프텔 등등 한 달에 1만원 안팎의 돈으로 평생을 소비해도 다 보지 못할 정도의 영상물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와중에 본 걸 또 본다고? 어학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두 번도 아니고 3번 이상이나?
여러 번 봤으면 식상해져야 하는데 지난 번에 경험했던 감정이 다시 복받쳐 오른다. 감정을 쥐어짜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심금을 울리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다. 잔잔히 감정을 건드리는가 하면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두들겨 패기도 한다.
· 사람 몸에서 나오는 건 대부분 냄새가 역하고 더럽다. 그 중에 가장 더러우면서도 때때로 아름다운 게 있다면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작품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말을 들을 수 있다(영어더빙은 잘 모르겠다. 내가 영어를 몰라). 나는 작화보다 이 점 때문에 더 높이 평가한다.
· 손짓, 흩날리는 머리카락 하나, 정적에 연출의 내공이 느껴진다.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만들면서 일본영화는 왜 죄다 그 모양일까?
· 넷플릭스 번역에 대해 한 마디 한다. 우선 번역의 원문이 영어일까 일본어일까 생각을 해봤는데 후반부에 소녀를 처녀라고 오역한 부분이 있는 걸 봐서 일본어일 것이다. 그리고 대본은 주어지지 않았어. 대본이 있으면 소녀(少女)를 처녀(処女)라고 잘못 적을 수가 없다. 일본어로 소녀는 ‘쇼오죠’, 처녀는 ‘쇼죠’다. 소리의 길이로 구분해야 하는 단어라 일본어에 익숙지 않은 한국인은 구별을 거의 못한다. 글로벌한 넷플릭스의 영상물을 번역할 정도의 번역자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오역이다. 대체 왜 저런 일이 생겼는지는 의문이다. 전체를 봐도 오역이 드물었는데 말이지.
왜 영어, 일본어를 따지는가 하면 원어(일본어)의 반말과 존댓말을 무시한 해석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말을 써야 그 캐릭터의 개성이 묻어나는데 이걸 존대말로 써버리면 캐릭터가 달라진다. 일본어와 한국어에는 존대말이 있기 때문에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어휘생략 및 치환, 문장단축, 의역, 도치가 상당히 빈번하다. 번역자를 존중하자면 창작이라고 해야겠지만 도가 지나쳤다. 원작의 맛을 살리는 번역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생략, 단축으로 맛이 너무 묽어졌고 치환, 의역, 도치로 맛이 너무 달라졌다. 이 정도면 원작의 번역이 아니라 원작에 대한 반역이다.
·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바랄 수는 있다. 이 작품 역시 색이 바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바란 색은 바라보는 후대의 덕들(잘하면 일반인들까지)은 그걸 ‘촌스럽다’로 말하지 않고 ‘빈티지하다’고 말할 것이다.
(PS) 2019년 7월18일 본 작품의 제작회사인 교토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사건으로 희생된 36명의 제작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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