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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리뷰

[46_애니★8] GHOST IN THE SHELL / 공각기동대(1995)

2019/11/03 - [분류 전체보기] - 개인적인 평가 기준

 

·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 ‘공각기동대(1989)’를 원작으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1995년에 애니메이션화한 작품. 공각기동대 영상화 제1작, 원조, 오리지널. 원작 만화의 1년 전인 1988년은 일본 버블 시대의 중간이기도 하고 그야말로 재패니메이션의 황금기 중 특이점이 되는 지점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한데 그 면면들을 대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88년 아사미야 키아의 만화 사일런트 메비우스
1988년 AKIRA
1988년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웃집 토토로
1988년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1988년 은하영웅전설
1988년 명왕계획 제오라이머(이건 좀 매니악한가)
1988년 가이낙스의 톱을 노려라!
1988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제목을 듣기만 해도 도파민이 분비되는 작품들이 죄다 모여있다.

오시이 마모루는 ‘닐스의 모험(1980)’, ‘우루세이 야츠라(1983)’, ‘기동경찰 패트레이버(1988)’ 등등으로 해서 연출가로서의 짬밥이 상당한 고참이다. 닐스의 모험은 한국에서도 ‘라떼’에 정식방영됐지만 꼬꼬마 시절에 오시이 마모루라는 이름은 알 턱도 없고,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로 이 양반의 존재를 인식하고 거꾸로 가서 우루세이 야츠라를 알게 됐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는 당시 버블 버프도 있었고 감독으로서의 역량까지 더해져서 재패니메이션 중에서도 명작반열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이력을 지닌 사람이 손을 댄 게 바로 공각기동대 애니메이션. (원작자인 시로 마사무네는 잘 모른다)

· 이 작품을 처음 본 건 꽤 오래됐고 잊을 만하면 몇 년 단위로 한번씩 봐주곤 했었는데 다시 볼 쿨타임이 지금 돌아왔다. 내용이 쉽진 않다. 명작이니 어쩌니 남들이 하도 추천을 해서 봤더니 총질이나 쌈질하는 것도 별로 없이 이상한 소리만 해대고 엔딩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내가 그랬기도 했었고.

어렵게 접근할 것도 없이 내 이야기고 당신 이야기다. 우리가 지금은 키보드와 마우스로 기계적인 접촉을 통해 인터넷의 정보를 공유한다. 만약 뇌를 통해 다이렉트로 전기적 신호를 이용해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막대한 정보를 접하고 처리할 수 있게 되면 접속을 끊은 후의 나는 접속 전의 나와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다른 예를 들자면 초등학교 다니기 이전의 자신과 대학교 졸업한 이후의 자신이 과연 동일한 자아를 가졌다고 할 수 있는가이다. 

 

내가 나지 뭔 개소리야 할 수도 있겠지만 바뀐 게 없다고 하면 여전히 애인 거고, 바뀌었다고 하면 예전의 내가 아닌 것인데, 바뀐 나를 나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철학보다는 심리, 사회학적으로 접근을 하는 게 이해하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 지식의 축적, 세월의 변화로 바뀌는 외모,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변해가고 있는) 자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특히 공각기동대에서는 지식의 축적(네트워크와의 접속)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외모는 쉽게 바꿀 수 있는 세계관이니까. 

 

· 버블시대는 끝났지만 많은 부분에서 버블작화의 흔적이 남아 있고 평균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시각적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를 표현하는 방식은 좀 촌스럽게 보인다. 

 

· 이 작품의 속편은 3년 후의 이야기가 그려진 ‘이노센스(2004)’, 공각기동대라는 타이틀이 있다.

 

2020/05/31 - [뭐든지리뷰] - [47_애니☆] 이노센스(2004)